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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녀석아 어떻게 살 것인가

아이가 태어나고 나니, 나의 뜬구름잡는 상상이나 욕심이 얼마나 터무니없었는지 몸으로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아, 내 삶은 여기에 있겠구나. 여기에서 어떻게든 정신 차리고 잘 살아야 하는구나... 삶의 중력도 나의 한계도 또렷히 느껴진달까. 내가 되고 싶어한 것들, 하고 싶다고 말한 수많은 것들은 아무 상관이 없고 내가 실제로 해낸 것만이 나를 만들고 설명한다는 지엄한 사실이 이제야 느껴지지 뭐야.

그래서 오늘의 나는 아기를 돌봤고, 중고로 산 낡은 의자를 리폼하는 과정에 참여했고, 펜으로 약간 울적한 기분을 일기장에 끄적이다가 이럴 바에는 보는 사람이 있는 데에 올리자며 아이패드로 돌렸고, 부동산이랑 실랑이 하던 걸 일단 매듭지었고 넷플릭스에서 흑백요리사를 쭈욱 봤다. 한국계 미국인인 에드워드 리가 비빔밥(?)을 내면서 "나는 비빔 인간입니다."라고 말한 걸 보며 울컥했다. 너무 오래 밖에 있었나 보다. 나는 비빔 인간은 아니고.. 김밥 인간? 아무튼 비빔 인간들 화이팅.

오늘의 감사일기 - 아침에 맛있는 빵 사다 준 짝꿍에게 감사. 의자 리폼 시도하는 동안 어머님이 아기에게 예쁜 햇볕 쬐어 주신 것 감사 (그리고 언제나처럼 집안 돌보기도..) 그리고 아버님이 바이스그립 어떻게 쓰는 지 알려주신 것도 감사.